시험불안증 사라지니 공부도 그냥 즐겨요
최윤영 / 전주교육대
중학교 시절, 청소년기에 내가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불안증이었다. 시험불안증은 그 원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혹독했다. 공부를 싫어한 것도, 성적이 나빠 그랬던 것도 아닌데…
시험 때만 되면 지옥, 불안과 두려움에 매일 울어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나는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공부나 성적에 무관심했던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적이 조금 잘 나온 이후 공부에도 조금씩 흥미를 느껴 중학교에 가서는 열심히 하기 시작했고 성적도 점점 올랐다. 재미도 있고, 한 만큼 보람도 느끼게 하는 성적…. 그런데 왜 그렇게 불안감이 컸을까.
중2 때 반에서 일등을 놓친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무렵부터 시험 기간이면 어김없이 스트레스가 나를 괴롭혔다. 기간 내내 2~3주 동안은 소화 장애로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잤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불안과 두려움, 압박감에 매일 밤 울다시피 했다. 시험만 다가오면 지옥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심한 스트레스로 힘겹게 학교생활을 했다. 지켜보는 가족들까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좋다는 명상과 요가 등 안 해본 것 없이 노력했지만, 잠시 안정이 될 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불안감에서 벗어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아시는 분의 소개로 어머니와 함께 간 마음수련 공개강좌. 마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버리는지를 들으며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수련원에 엄마와 함께 다니기 시작했고, 중3 여름방학 때는 아예 수련에 전념하기로 하고,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보충수업 대신 동생과 함께 청소년 마음수련 캠프에 참가했다.
자존심과 욕심, 불안증의 원인 찾아 버리기 시작
마음이 버려지는 것이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산 삶을 되돌아보며 마음을 버리니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키도 작고 왜소한 나는 공부를 잘함으로써 자존심을 세우려고 했었다. 겉으로는 착하게 대했지만, 속으로는 그 친구들을 무시했던 이중적인 내가 보였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항상 싫은 소리 안 듣고 살아온 나는 선생님들에게서도 그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발버둥쳤다. 성적은 내 자존심이었다. 그러니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이 힘들고 괴로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련하면서 나는 실체도 없는 허상의 걱정들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며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 관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왠지 모르게 가족 간에 불편함이 많이 느껴졌었다. 할아버지의 지극한 보살핌은 큰 부담감으로, 상대적으로 나에게 많이 신경써주지 못하는 부모님에게는 야속한 마음이 컸다. 나보다 다섯 살 어린 동생에게 부모님의 보살핌이 많이 가고, 장난만 치는 동생에 대한 미움도 있었다. 사진처럼 남아 있는 삶을 돌아보니,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에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우리를 위해 열심히 고생하며 사신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동생의 고마움에 나는 눈물을 흘렸다. 수련을 하지 않았다면 걱정과 자존심 속에 빠져서 살던 내가 어떻게 이런 감사함을 알 수 있었을까. 예전에는 힘들게 약국에서 일하고 돌아오신 엄마를 보고도 보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수련을 한 이후로는 엄마를 보면 그저 따뜻하게 애교를 부리면서 안아드리는 게 생활이 되었다. 동생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렇게 밉고 시시해 보였는데, 이제는 너무나 사랑해주고 싶은 동생으로 보인다. 수련도 같이 했으니 말도 잘 통하는 소중한 친구다.
걱정 없이 그냥 공부하고 있는 나, ‘본전 한번 제대로 뽑았네’
점점 비워져 가는 나의 마음에 나 자신도 놀라고 있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캠프를 같이 했던 친구들의 변화다. 처음에는 외모를 꾸미고 거친 말을 쓰면서 친구들과 돌아다녔던 아이들이 스스로 조용히 앉아 수련도 하고, 표정도 밝아지고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마음을 비운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놀라울 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학교에 돌아와 처음 맞았던 시험 기간. 나는 생각지도 못할 놀라운 경험을 했다. 단 한 번도 울지 않고 오히려 웃으면서 보내다니! 연합고사는 물론 수능 시험을 치기 전날까지도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잘 수 있었다.
걱정하다가 공부하다가 몸이 아프기를 반복했던 나는 사라지고, 이제는 그냥 공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냥 해야 할 일을 집중해서 할 뿐이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좋은 말을 들어도 잠시 변하는 것 같지만, 어느새 걱정하고 불안해했던 나였다. 그 마음이 그대로 있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버릴수록 그만큼씩 변화하는 나 자신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대하니 친구들과 가족들도 나를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캠프를 다녀온 후에도 틈틈이 수련원에 나갔다. 마음수련이 마음을 공부하는 학원이라면, 어쩌면 모두가 꼭 다녀야 할 필수 학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