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옥영수 / 회계사무실 운영
공황장애는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병입니다. 갑자기 어지럽고 모든 열이 머리 쪽으로 올라가 곧 쓰러져 죽을 것만 같은 상태에서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지요. 그런 상태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축구장에서 함성 소리를 들을 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멈추거나 터널에 들어갔을 때 ‘이 차 안에 있으면 죽겠구나. 내려서 뛰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내 몸을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는 전혀 쓰러지지도 죽지도 않는데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것입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압박이 공황장애 키워
이런 증상을 느끼게 된 건 십 년 전쯤입니다. 너무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지요. 평소에 술을 많이 마셨던 터라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공황장애라는 병이 흔하지 않을 때라 감기 때문이다, 술 때문이다, 오진도 많았는데 계속 증세가 반복돼 정밀 검사를 받았더니 공황장애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때부터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증세가 호전된다기보다는 발작 순간을 모면하고 가라앉히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4~5개월간 계속 약을 먹으니 졸리고 멍한 상태가 지속되어 회사 업무도 절반밖에 처리를 못 하고 사회생활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가족의 권유로 마음수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버리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것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가장으로서 나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늘 갖고 있었고 그 압박을 이겨내려고 술을 많이도 마셨습니다. 그것이 공황장애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마음 버리면 공황 상태 컨트롤 가능해져
특정 상황이 되면 나타나는 모든 감정과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였기에 살면서 쌓아왔던 모든 것을 계속해서 버렸습니다. 공황상태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힘들었던 경험, 불안 초조도 다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은 원래 없는 것임을 100퍼센트 확신하는 순간 어떤 인지치료보다도 쉽게 공황상태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버리면 버릴수록 증세가 나아져 약도 끊고 그렇게 좋아했던 술도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회계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적대심을 갖고 대하거나 매사 간섭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것이 많이 없어지고 째려보는 것 같던 내 인상도, 까탈스럽고 예민했던 성격도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요즘 중년의 가장들에게 특히 공황장애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고통을 겪어봤던 한 사람으로서, 그것이 마음의 병임을 아는 한 사람으로서 기도합니다.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이 하루빨리 그 원인을 알고 버려서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