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 군대와 마음수련을 말하다
최용해, 윤창배
군 입대는 남성들의 가장 큰 인생 과제 중 하나이다. 가장 혈기왕성한 청년기 2년여의 단체 생활. 명령과 복종의 그 시간들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군대 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제대를 하고 나서도 한동안 이어진다. 사회를 배웠다 하기도 하고, 무의식의 후유증으로 남아 악몽에 시달리게 한다고도 하는 군대 생활. 부담 없이 가고 자연스럽게 생활하며,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로 만들 수는 없을까. 군대 생활을 마음공부의 시간으로 만든 두 남자의 이야기다.
군대 생활, 나만 생각하면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
최용해 : 나는 60사단 포병이었는데, 포병 중에서 전포는 굉장히 힘들다고 해서 가자마자 행정병으로 빠졌어. 그때부터 오히려 고생길이 시작됐지만.
윤창배 : 저는 강원도 홍천 11사단이었어요. 운전병이었는데 재미있게 군대 생활 한 거 같아요. 처음부터 인생을 배우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거든요.
최용해 : 대단하다. 나는 군대 가기 전에 뭘 하겠다는 의욕도 없고 자신감도 없는 상태였어. 그래서 뭔가 탈출구를 찾아보려고 대학 때 ‘에이, 군대나 가자’ 하고 현실 도피적인 마음으로 갔었지. 행정병으로 빠진 것도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어. 선임, 후임병들이 연병장에서 기합받고 고생해도 나는 행정실에 앉아서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어. 연병장에 들어가기가 두려워서. 그러다 아예 눈 밖에 나버렸지.
윤창배 : 저는 마음수련하고 군대 간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가기 전에 수련원에 다니는 형들이 해준 말들도 참고가 많이 됐고요. 편하려고 하지 말고 항상 남들보다 네가 먼저 하라고 했거든요. 그러다 보면 예쁨받는다고. 사람이 욕하고 그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얘기도 도움이 됐고요.
최용해 : 나도 군대 가기 전에 그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련을 하면 기본적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게 되고 뭐든 여유 있게 대할 수 있잖아. 나는 심지어 동료가 허리를 다쳐서 누워 있어도 도와줄 생각을 못했어. 나만 알았던 거지.
제대한 후에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악몽 꿔
윤창배 :수송부는 군기가 세잖아요. 운전과 정비는 사소한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지니 정신 차리라고 욕도 많이 먹죠. 이등병 땐 고참이 사소하게 트집 잡더라고요. 관물대 정리 안 한다고 다 뒤집어 놓고 다시 정리하라고 하고, 쓰레기 안 버리냐, 신발 정리 안 하냐 거의 앉을 새가 없을 정도로 뺑뺑이를 돌리는 거예요. 일병이 됐을 땐 니가 똑바로 안 하니까 후임들이 그런다고 혼나고.
최용해 : 나는 그런 걸 마음에 쌓아두니까 힘들었어. 특히 욕을 듣는 건 큰 상처로 남더라고. 나중엔 주눅이 들어서 사람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였으니까. 난 내가 군대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선임들을 원망했어. 제대하고 나서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악몽을 꾼 것 같애. 군대 다시 가서 영원히 제대를 못 한다든가, ‘줄빠따’를 맞는데 내 차례가 다가오는 꿈.(웃음)
윤창배 : 저는 어떤 선임이 ‘긴장하는 게 안 보인다고, 병영캠프 왔냐’고 했어요. 처음엔 날 싫어한다고만 생각했죠. 그때마다 마음을 버리면서 저 사람이 왜 욕을 할까 생각해 봤어요. 알고 보니 제 밑의 후임들을 장악하기 위해서였어요.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더라구요. 나중엔 오해 풀고 친한 사이가 되었죠.
입대 전, 마음수련 한 것과 안한 것의 엄청난 차이
최용해 :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구나. 부딪칠 때마다 버릴 수 있었으니까 그랬겠지. 나는 ‘내리갈굼’이라고 위에서부터 착착 내려오니까 그게 심한 고통이었어. 나 때문에 동기, 선임들까지 맞으니까. 그러다가 1년쯤 됐을 때인가 행정실에서 “야! 선임병들이 너보고 고문관이라 그러더라” 하는 말을 듣게 됐어. 고문관은 진짜 군대 생활 못하고, 실수를 많이 해서 주위 사람을 괴롭힌다는 거잖아. 남자의 자존심을 완전히 뭉개버리는 말이지.
윤창배 : 저도 처음엔 바보가 된 거 같았어요. 그리 큰 실수가 아닌데도 고참한테 “개념 없냐, 바보 아냐”란 말도 듣고, 욕먹고 혼나니까요. 저도 수련 안 했으면 언젠가 폭발했을 거예요.
최용해 : 더 힘든 건 사회에 나와서도 그게 반복된다는 거야. 스스로 고문관이 되어 버리는 거지. 일 처리를 늦게 하거나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되면 어김없이 고문관이란 단어가 떠올라버려. 하다못해 양치질할 때도 내가 느리다 싶으면 얼른 헹구는 거야. 매 순간 환청처럼 들리는데 진짜 악몽이야. 제대해서도 한동안 방황했고, 계속 부정적인 생각만 있었어. 그 상처가 치유된 건 마음수련하면서였지.
윤창배 : 와, 다행이에요.
최용해 : 처음 마음 버릴 땐 선임병들이 날 둘러싸고 있는 기억이 떠올랐어. 그러다 어느 순간 선임병 입장에서 나를 보게 되는데 진짜 잘한 게 하나도 없는 거야. 그렇게 입장이 바뀌니까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없어지고, 내가 잘했다는 마음도 싹 빠지더라. 수련 안 했더라면 죽을 때까지 원망하면서 자신을 괴롭혔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
윤창배 : 군대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잘 적응하려면 우선은 내가 고정관념 없이 백지 상태여야 하더라구요. 확실히 수련하고 군대 간 친구들은 달라진 환경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그러지 않은 친구들은 많이 힘들어해요. 마음공부가 내 삶을 바꿨어요.
군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해
최용해 : 감사한 건 수련원 분들이 나를 참 따뜻하게 대해준 거야. 항상 이끌어주고 토닥토닥해주니까 대인기피증이 없어지더라고. 사람이 이렇게 좋구나 알았지. 점차 의욕도 생겨서 공무원 시험에도 합격하고, 자신감도 생겼어. 나는 성격이 바뀐다는 말을 믿어. 내가 수련해서 바뀌었거든. 말수가 없던 내가 활발해지고, 어느새 직장에선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더라고.
윤창배 : 저는 군대에서 크게 도움받은 게 리더십과 자신감이에요. 덕분에 학교생활도 바뀌었어요. 전엔 재밌고, 하고 싶은 것만 했는데 동아리에서도 하기 싫은 일, 힘든 일,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들을 하게 돼요.
최용해 : 사실 군대처럼 2년간 집단생활을 하는 건 드문 일이잖아. 그 속에서 내 모습이 거울처럼 비춰졌는데 그걸 부정했더라고. 돌아보니 군대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 그런 면들을 수용하니까 지금 조직 생활에 큰 힘이 돼.
윤창배 : 나만 생각하기보다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체득하게 되는 거 같아요. 진심은 통한다는 것도 배우게 되고요.
최용해 : 정말 그래. 나도 화가 나면 후임들을 때렸지. 나중에 수련하면서 후임병들한테 정말 미안하더라고. 아, 그때 그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었구나! 깨닫게 되면서 내면 깊이 참회를 하다 보니까 군대에 대해 갖고 있던 마음사진이 없어지더라.
지혜로운 군대 생활의 비결은 마음수련
윤창배 : 사실 계급장 떼면 다 형, 친구, 동생이잖아요. 사격 훈련할 때 느끼지만, 까딱 실수하면 생명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애틋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상담도 해주고 하다 보니까 나중엔 간부들께서 너는 애들한테 얘기를 해줘라 하시더라고요.
최용해 : 군대에선 그런 사람이 신처럼 보이더라. 군대 생활 잘하는 사람들은 후임도 안 괴롭혀요. 나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좋은 고참이 있었어. 다른 고참들이 괴롭힐 때마다 욕을 먹으면서도 말렸거든. 모범적으로 잘해서 항상 부러워했어. 저렇게 되고 싶다, 감동도 많이 받고. 근데 내가 그렇게 바뀔 수는 없었지. 내 상처들, 기억들, 마음들을 다 버려야, 바뀌더라구.
윤창배 : 마음수련을 하고 나서 군대 생활 했기 때문에 제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고맙다는 걸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애요. 정말 같이 지내는 이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는 거예요. ‘너에게는 이런 맘이 있으니까 버려라’ 하는 식으로.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를 닦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길 줄 안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최용해 : 창배처럼 군대 가기 전에 다들 마음수련해가지고 부딪칠 때마다 올라오는 마음들을 버릴 수 있으면 좋겠어. 그 시간이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으니까. 아무튼 난 상처는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게 내 생각이야. 버리지 않으면 그 마음을 영원히 가지고 살아야 하니까 정말 불행한 거라구.
윤창배 : 맞아요. 저로선 군대가 성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스무 살이 되면 그냥 성인이 되는 줄 알지만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옆 사람 아픈 것도 알고, 자기를 다스릴 줄 알아야죠. 입대 앞둔 친구들에게 술 마시거나 여행하는 건 말리고 싶어요. 그건 언젠가는 할 수 있잖아요. 정말 2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수련부터 하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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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해 님은 1972년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를 졸업했다. 현재 성남제일초등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님은 1993년도에 입대했고, 1998년에 마음수련을 했다.
윤창배 님은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부대 중국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청소년 캠프로 고1 때 마음수련을 시작했으며, 2007년도에 입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