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했던 나, 대인관계의 고수가 되다
왕혜진 / 이화여대 한국화과 4학년
내 마음이 고장난 것도 모르고…
나는 책 읽기와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소심하고 평범한 아이였다. 스트레스 잘 받는 예민한 성격이라 대인관계도 힘들었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졌다.
고등학교 때와는 모든 게 달랐다. 수업이 끝나면 따로따로 흩어지는 학부 친구들, 적성에 맞지 않던 학과와 전과(轉科)를 반대하시던 부모님, 사람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찾아간 동아리도 생각 자체가 나와는 너무 달라 힘들었다. 대학에 입학하면 자유롭게 내 꿈을 펼칠 수 있을 줄만 알았는데, 외롭고, 힘들었고, 별세계에 내던져진 것만 같았다.
점점 지쳐갔다. 학교상담센터를 방문해도, 잠깐의 위로였을 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사이가 안 좋았는데 대학에 들어간 뒤 점점 더 심해졌다. 심하게 다투면 방에 틀어박혀 울거나 집을 뛰쳐나가거나 했다. 그럴 때 전화할 만한 친구도 없었다. 무리 사이에 껴 있으면 항상 겉돌았다. 몸도 늘 무기력하고 피곤했고, 그러다 보니 게으름이 습관이 되었다. 팔, 허리, 어깨 아픈 곳도 많았다.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어보려고 해도 그 때 뿐이었다.
심리적인 압박이 너무 커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매일매일 자해하는 망상을 했다. 산다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별일도 없는데 눈물을 줄줄 흘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때 나는 내 마음이 고장 난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학교에서 특이한 공개강좌가 열렸다.
난생 처음 행복을 느끼게 해준, 대학생 마음수련 캠프
마음수련이라는 거였는데, 느낌도 좋았고, 명상에도 관심이 있어서 가게 되었다. 그때 나는, 나를 구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런데 거기 사람들은 정말, 가식이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걸 보니 ‘아, 나도 이걸 하면 행복해질 수 있겠다’ 싶어 대학생 캠프를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잘 이해도 되지 않았고, 정말로 버려지는지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버려 가면서, 며칠 지나지 않아 마음수련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난 뒤, 몸과 마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난생 처음, 행복이라는 것도 느꼈다.
예전의 행복이란 건 내가 원하는 게 이뤄지거나 다른 사람보다 나은 조건에서 산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거였다. 그런데 마음이 비워지니 그런 것 없이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마음수련은 내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우선 스트레스가 제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없다. 평소에도 긴장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서, 전엔 무언가를 하게 되면 불안에 떨고 이것저것 고민도 많이 하고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무척 많았다. 그런데 이젠 새로운 일을 준비해도 불안함이 없다. 마음 없이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집착과 부담 버리자 친구 관계 편안해져
수련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학교에서 하는 전시회도 열등감과 완벽주의, 불안함과 걱정, 자책감과 도망치고 싶은 기분 같은 갖가지 생각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게 없으니 너무 즐겁고 좋다. 친구들에게도 집착하거나 내 생각이 옳다고 강요하는 경우도 많았다. 친구들이 고민을 이야기하면 그냥 이겨내면 되지 뭘 말하냐는 투로 성의가 없었다.
또 나는 속이 매우 좁은 나머지 친구들을 꼭 한 번 씩은 미워했다. 맘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혼자 미워했다. 상대방이 뭐라 하면, 겉으론 수용하는 척하면서 속으론 ‘너는 틀렸고 내가 옳아’ 시비했다. 상대가 내 말을 안 따라주면, 아무리 나한테 잘해줬어도 미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들을 버린 지금은 정말 친구들이 모두 다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놀랍다. 이제는 친구들과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해도 집착이 없으니 관계가 끊길까봐 불안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면 있는 그대로 편하게 대할 수 있다. 대화할 때도 저절로 상대에게 맞추게 된다. 또 새로이 누군가와 친해질 때면 전에는 완벽하게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곤 했지만 이제는 자유롭다.
얼마 전 직업 적성검사를 했는데 집중력 최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전엔 그림 그릴 때도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 가거나 일어나서 돌아다닐 정도로 산만했다. 그런데 이제는 집중하면 몇 시간이 훌쩍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몸도 건강해지고 무기력증도 없어졌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