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보고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 생겼죠
이형환 / 주택관리사
2006년도 11월. 아파트 관리소장이라는 직업을 가진 지 4년이 다 되어갈 무렵 마음수련에 관한 책자를 보았다. 당시는 직업적으로 약간의 안정을 찾고 있었고, 관리소장으로서 필요한 몇 가지 자격증 공부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어서 그런지 마음수련에 관해 호기심이 발동했다. 며칠 동안 책자를 읽고 또 읽고 하다가 마음수련을 하기로 결심했다. 기대와 다르면 그만두면 되겠지 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마음닦기에 도전
그동안 이런저런 종교생활도 해봤고, 분명히 마음을 닦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닦고 싶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게 느껴졌다. 적어도 금생에서는 불가능하게 보여 복이나 짓고 살다가 내생에 인연이 있으면 마음을 닦게 되겠지 하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마음 닦는 일에 대한 욕구’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마음수련을 만나니 반갑고 고마웠다. 지역센터는 집에서 멀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매일 수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돌아보기도 싫은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씩 버려갔다. 어렸을 때부터 궁핍했던 집안 사정으로 인해 받았던 마음의 상처, 부모님에 대해 가졌던 원망, 직업이 자주 바뀌면서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살아온 죄책감…. 그렇게 마음수련을 시작한 지 2개월이 되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집채만큼의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던 그 마음사진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 버려진 사진들은 원래 없는 것들이고 가짜이고 허상인데 없는 짐을 지고 여태껏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빠져나간 자리가 휑하니 뚫린 듯 시원하게 느껴졌다.
마음 비우며 사는 삶, 현실 생활에 큰 도움 돼
마음수련을 계속하면서 주민들, 직원들과의 마찰이 생길 때마다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수련원에서 ‘비우는 공부’ 하는 것을 현실 생활에 적용시키려고 애를 썼다. 예전에는 내 주장이 꺾이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존심 상하는 것을 참지 못하던 내가 마음 없음을 알고 난 후에는 그러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상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화를 내던 상대방도 편안한 나를 보면 잠시 후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아닌가. 또한 상대가 나를 미워하고 모함할지라도 내 마음에 ‘미움’이라는 마음이 없으니, 미운 감정이 생기질 않았다. 상대방이 거친 방법으로 공격을 해오더라도 내 마음이 없으니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러한 체험을 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고 풀어나가기 어려웠던 한 아파트에서의 생활을 무난히 마치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수련을 시작한 지 7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다. 일본에서 1년간 거주한 둘째 딸이 돌아왔다.
며칠을 지낸 후 하는 말이 “아빠가 무언가 변했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중에 마음수련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마음수련에 관한 책자를 모조리 읽는 것이 아닌가. 아직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마음수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마음수련을 세상살이에 적용시켜가는 보람과 재미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수련을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용케들 변화를 느끼는 것 같다. 그것도 그럴 것이다. 관리소장들 중에는 내가 가장 마음이 편한 사람 중에 하나일 테니까.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서 많은 사람들이 관리소장 일을 시작하지만 전부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막중한 책임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여 그만두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성향의 많은 주민들을 상대로, 그들의 요구사항과 민원을 해결해 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때로는 고성이 오갈 때도 있고 오해와 편견으로 주민들로부터 소외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한 직업적 특성 때문에 만일 마음수련을 하여 스스로 지혜로운 대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보기도 하면서 새삼 마음수련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