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울렁증의 뿌리, 마음수련으로 열등감을 버리다
이정훈 / 회사원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힘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이 책 읽기를 시킬까봐 늘 마음이 초조했고, 대학에 와서는 발표가 있는 수업은 아예 수강 신청을 안 했다. 어쩔 수 없이 발표를 해야 할 때면 얼굴이 굳어서 말도 잘 안 나오고, 심하게 긴장하고 떨었다. 그러다가 조그만 실수라도 하면 그 일을 곱씹으며 열등감에 괴로웠다.
발표 울렁증 걸린 소심한 아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간관계도 좁아지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싫어졌다. 외출을 싫어해 방 안에서 우울하게 지내는 날이 많았다. 왜 이렇게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힘들까. 생각을 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항상 남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하면서 내 생각은 참고 누르다 보니, 어느 때는 머리끝까지 차올라 폭발할 것 같은 때도 있었다.
그러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마음수련을 하게 되었다. 살아온 삶을 버리는데, 아버지에 대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가부장적이셨던 아버지가 방안에 있는 나를 불러내어 꾸중을하신다.
“너는 왜 이렇게 공부를 안 하냐.” “밥먹을 때는 소리를 내면 안 된다.” “자세는 왜 이러냐”…. 허구한 날 혼이 났다. 아버지 앞에 무릎 꿇은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소심해진 원인 찾아 버리자 편안하게 남 앞에 서게 돼
아버지는 내가 당신이 못다한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라셨고 그렇게 못하는 나를 못마땅해하셨다. 한번도 칭찬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나는 못났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스스로를 비하하기 시작한다. 그거였다. 남앞에 서지 못하고, 내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하고, 사람들 만나는 게 불편했던 이유가…. 원인을 알았으니 버리면 되었다. 마음수련을 하며 나는 과거에 얽매인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 당시를 떠올리는 것조차 괴로웠지만 버린 만큼 달라지는 내가 신기했다. 열등감이 차츰 버려지면서 점점 사람들을 대하는 게 편해졌다. 어떻게 잘 말해야 인정받을까, 창피를 안 당할까, 머릿속에 늘 생각이 많았는데, 이젠 내 이야기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는 물론이고 단 한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두려워했던 내가, 지금은 회사에서 총무직을 맡고 있다. 공지사항도 발표하고 아침 조회도 진행한다. 느긋하게 우스갯소리도 해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