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치열한 부부싸움 그리고 해피엔딩
안병훈 / 직장인
2007년 초, 아내와 나는 이혼 수속을 밟기 위해 법원에 갔다. 하지만 아직은 서로에 대한 미련이 있었는지, 그냥 돌아왔었다. 그리고 7개월 후, 우리는 또다시 법원으로 가야 했다. 여전히 “네가 잘못했다고 빌어라” 하며 상대 탓을 했고 자존심 싸움은 극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이혼 도장을 찍고 판사 앞에까지 갔다. 이제 누구라도 서류를 제출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그때 역시 누구도 먼저 제출하지는 못했다.
‘나에게도 삶이 있다’ 소리치는 아내 이해 못해 이혼 위기
아내와는 내 나이 27살 때 중매로 만났다. 평범하게 시작했지만 결혼 23년째에 이르러 우리 부부는 더 이상 같이 살기가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나마 결혼 초에는 집 장만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고 아이들이 커가는 때라 괜찮았다. 그러다 애들도 크고 좀 살만해지면서 서로의 불만은 점점 쌓여갔다.
7, 8년 전부터는 한번 싸웠다 하면 언성이 커졌다. 다툼이 반복될수록 마음의 상처는 깊어져 공공연히 이혼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아이들이 서울로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아내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핑계로 서울로 가고 나는 나주에서 지내자 그대로 별거가 되었다. 얼마 후 아내가 아이들도 다 컸으니 이제 자신도 사업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나는 강력히 반대했다.
아내는 “나도 나의 삶이 있다”고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결국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사업을 하게 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갈등이 심화되어 법원까지 가게 된 것이다.
마음 버리니 모든 상황 객관적으로 보여
그 무렵 내 상태는 엉망이었다.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니 회사 일도 집중이 안 되었다.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면 결혼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 아내의 잘못을 떠올리며 분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다. 정신과 병원까지 찾아가 상담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마음수련을 하면서, 아내와 관련된 마음들을 버려보았다. 만나고 결혼하고 1남 1녀를 낳아 기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처음엔 분노와 원망이 함께 떠올랐다. 하지만 버리면 버릴수록 모든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였고 조금씩 아내 입장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결혼 후 우리가 처음으로 크게 부딪친 건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관련해서였다. 나는 나는 못하는 것을 아내가 대신 잘해드렸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다. 나의 여러 요구에 아내는 힘들어했고, 그런 아내의 모습이 불만족스러웠다. 끊임없이 나의 바람과 나의 주장만 펼치던 나….
내가 원하는 모습 아닌, 아내가 원하는 삶 살도록 배려하기 시작
수련하며 객관적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나는 언제나 아내에게 해줄 만큼 해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로 다 아내의 잘못이라 여겼다. 아내를 소유물로 생각하며 내 뜻에 맞추라고 강요했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도 대했다. 수련 중 언젠가 아내가 “이제 아이들한테까지도 그러냐”고 했던 말, “나도 나의 삶이 있다”고 소리치던 게 떠올랐다.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
독선적이고 자기 욕심만 차리는 남편과 20여 년을 넘게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내가 다 잘못했어, 이혼 안 해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다시 같이 잘 살아보자.”
하지만 아내가 서류를 제출한다 해도 벌을 달게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아내는 내 마음을 받아주었다.
수련을 하며 진정한 뉘우침이란 행동이 바뀌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집이 지저분하면 바로 청소를 하고, 설거지도 했다. 주말에 만나면 누가 있든 없든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너무너무 사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당신, 뽀뽀…’ 하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시댁에 행사가 있어도 바빠서 못 가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내 것’이라고 꼭 쥐고 내 맘대로 하려고 했던 아내에 대한 집착을 놓아갔다.
이혼 위기의 부부에게 꼭 필요한 것, 마음수련
나를 위한 삶이 아닌 아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아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아무 바람 없이 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아내의 입장을 이해해주니 아내도 편한 마음으로 시댁 식구를 대하고, 시댁도 더욱 자주 찾았다.
이혼은 자기의 욕심을 상대가 못 채워주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 아닐까. 대화로 풀어보려고 해도 서로 바람과 주장만 얘기하는 한, 원점 아니면 마이너스다. 내 마음을 버리지 않고는 상대를 다 이해할 수 없다.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부부라면 마음수련을 꼭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상대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없애는 것이 부부 관계 근본인 것 같다. 아무런 바람 없이 배우자의 입장에서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맞춰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부부 사랑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