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윤용철 / 직장인
통영 변두리 어촌마을의 선창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한순간 네 살짜리 사내아이 한 명이 미끄러지며 바다에 빠져버렸다. 같이 놀던 아이들은 헤엄 잘 친다고 박수를 치면서 웃고 있다. 그때 그 아이보다 네 살 많은 친형이 울면서 근처에 있던 집으로 달려간다. 동생이 물에 빠진 것을 알리고, 마침 집에 있던 삼촌이 달려가 거의 익사 직전의 아이를 끄집어냈다. 그때 형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지금 나는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마음수련의 빼기 방법’에 뒤통수 한 대 맞은 느낌
그 형이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자살을 해버렸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복무를 하고 있던 형의 갑작스런 죽음은 철없던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렇게 장난치기 좋아하고 나를 귀여워해주던 형이 갑자기 세상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프기보다는 너무 이상했다.
장례를 치르는 며칠 동안 부모님이 십 년은 더 늙어 보이는 것도 놀랍고 가슴 아팠다. 5남 1녀를 둔 부모님은 아들 많은 것을 항상 자랑으로 여기셨다. 아들들을 데리고 바다로 일하러 갈 때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하면 흐뭇해하시던 아버지…. 하지만 그날, 셋째형을 잃으신 후에는 예전의 당당한 모습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그 일은 막내아들로 태어나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던 나에게 ‘사람이 슬픔을 겪으면 왜 갑자기 늙어버리나,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나’ 하는 의문이 들게 했고, 혼자 골똘히 생각할 시간을 자주 갖게 했다. 이후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서도 삶의 근본적인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 없나 기웃거렸지만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문에서 마음수련을 알게 되었다. ‘진리는 단순하고 명징하다’는 소개 글이 뭔가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아니 이런 공부방법이 벌써 나와 있는 줄을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 바로 집 근처에 있는 수련센터에 등록했다. 매일 매일 퇴근 후면 마음수련 센터로 가 마음을 버리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났을 때였다. 뭔가 마음에서 답답한 덩어리 같은 게 버려지는 듯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좋은 기분은 다음 날도, 다음 날도 계속 이어졌다. 나는 아내에게 자랑처럼 말했다.
아무 후회도 남김도 없는 편안하고 가뿐한 하루하루
“마음을 버려보니까 기분이 너무 좋은데,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구,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구, 계속 그러네. 이렇게 매일 매일 좋아지면 나중엔 어떻게 되는 거지?” 2개월쯤 지나자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찬바람이 불 듯 날카로운 인상이 다 어디 갔냐고.
수련원에서 만난 분들도 “알고 보니 부드럽고 재밌는 분이셨군요” 하고 인사를 했다. 내가 생각해도 어릴 때의 순진함이랄까, 천진함을 회복해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주 사소한 일상부터 나의 삶은 달라졌다. 전에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찌푸린 표정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었다.
특히나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날이면 애들과 아내는 슬슬 피했고 나도 짜증만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스트레스가 뭔가 싶을 정도다. 요즘은 하루 종일 일하다가 집에 와도 집 앞 슈퍼에 갔다오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이다. 아무 후회나 남김이 없다. 집사람과 애들도 늘 환한 표정으로 맞아준다.
또한 이전에는 ‘아, 내가 왜 그때 그랬을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로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던 때가 많았다. 그런데 수련을 한 후, 마음 찌꺼기들을 버리고 나니 그렇게 후련하고 편안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