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세상에 대한 이해 그리고 깨침
박민규 /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박사 과정
나는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내가 일생 동안 풀어야 할 숙제로 느꼈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이런 생각 없이도 행복하게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사람들이 관심도 갖지 않는 그런 문제에 마음을 빼앗기고 살았던 것이다.
남들과 비슷하지 못한, 사회성 부족한 나에 대한 불안감
답이 없는 그 질문들은 남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런 생각은 물과 기름의 경계처럼 다른 사람들과 섞일 수 없는 선을 만들곤 했다. 그래서 나를 잘 이해하는 친구 몇몇을 제외하고는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게 종종 불편한 일이 되곤 했다. 당시 나의 부족한 사회성은 부모님의 가장 큰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그런 내 생활에 변화가 온 것은 마음수련을 하면서부터였다.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그동안 내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았던 세상에 대한 의문들이 풀렸다는 것이었다.
그 많은 질문들이, 책에 쓰여진 그 어려운 말들이 한순간의 깨침으로 명확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오랜 고민이 해결되었고, 세상에 대한 이해는 ‘나’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생각과 생활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좀 더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게 되고 뭔가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낯선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부담도 수련을 통해 내 내면의 어떤 문제가 그런 부담을 갖게 하는지를 찾아내어 없애 나갔다. 점차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매우 즐거워졌고, 사람이 모이는 자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를 비워낼수록 세상과 사람들의 소중함 알게 돼
내 자신을 비워가면서 사람들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나’가 없어지는 느낌은 다른 사람들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이것은 인간의 근원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사람들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래서 작은 것 하나라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도우려는 마음이 생겨났고 실생활 속에서도 다른 보상 없이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수련은 대학원 생활도 바꾸어 놓았다. 대학원의 연구는 이제껏 누군가가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연구라는 게 실험을 열 번 하면 아홉 번 실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아홉 번의 실패 동안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종종 건강마저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수련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 나는 당장에 닥친 실패를 불안감으로 연결 짓지 않고 차분히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이 후배들에게도 전해졌는지, 후배들도 큰 불안감 없이 실험하는 계기가 되곤 했다. 마음수련을 하면서 문득 놀이공원의 기구가 생각났다. 나는 평소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좋아했는데, 기구가 올라갈 때면 갖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안전장치가 튼튼하긴 한 건지, 기계가 고장 나서 사고가 나진 않을지, 그러면서 점점 땅에서 멀어지는 낯선 환경이 주는 긴장감으로 심장은 점점 세게 요동쳤다. 뚝 떨어질 때는 ‘아, 내가 이걸 왜 탔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온몸으로 전달되는 고통을 견디기 위해 숨을 참고 안전장치를 꼭 붙들게 된다.
세상은 불안하거나 위험한 곳 아닌 그지없이 편안한 곳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놀이기구는 나의 걱정 이상으로 안전하며, 나를 편안히 내맡기게 되면 무중력 자체가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말이다. 땅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중력으로부터의 자유는 하늘을 나는 듯 편안함과 함께 큰 희열을 주었다.
하지만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과정을 겪지 않으면 나비가 되지 못하듯, 사람은 ‘나’라는 자아를 없애지 못하면 본래의 자아를 찾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면의 이러한 완전함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마음수련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