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과잉행동장애’라구요?
최영미 / 주부
남편과 다툼이 잦아지자 스트레스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던 큰아이는 점점 산만해지면서 동생에게도 난폭해졌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친구를 사귀지 못했고, 언제부턴가 “친구 없어도 괜찮아, 나 싫어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며 손톱이 남아나지 않도록 물어뜯는 게 아닌가. 병원에선 음성 틱 증상이라고 했다.
‘부모로부터 부정적 영향 받았다니… 미안하다, 아들아’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하다며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했다. 소아정신과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과잉행동장애가 있다는 얘길 듣게 되었다. 가정에서 부모와 처음 인간관계를 맺을 당시 늘 부정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긍정적 행동을 잘 모른단다. 그래서 혼날 짓을 해서라도 관심을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정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 무렵 아는 분이 내게 마음수련을 권했다. 수련을 하며 과거에 받았던 상처와 상처를 줬다고 생각한 마음들을 버리고 버렸다. 특히, 아이에게 잘못했던 모든 것들이 참회가 됐다. 돌아보니 날마다 큰아이를 혼낸 일들만 떠올랐다. 우유를 쏟아서, 어른에게 인사를 안 해서, 글씨를 못 써서, 동생에게 양보를 안 해서, 정말 수많은 이유를 찾아 혼내고 있었다.
아이가 울면서 감정표현을 하려 해도 “울지 마!”라고 윽박지르고 아이의 감정에는 아랑곳없었다. 그렇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던 지난날의 나를 버리자 아이의 행동도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그해 여름, 아이를 청소년캠프에 보냈다. 내가 느꼈던 마음의 자유를 아이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청소년 캠프 다녀온 후, 틱 장애 없어지고 반장 돼
아이가 돌아왔을 때 “엄마가 너무 어리석어서 너한테 잘못을 많이 했다. 엄마를 용서해다오” 하자, 아이는 “뭘 그런 얘기를 하냐고, 다 버렸다”고 했다. 항상 또래들 언저리에서 맴돌기만 하던 아이가 친구들과 부대끼며 놀았다. 불안할 때 나오는 음성 틱 증상도 거의 사라졌다. 지난해 학기엔 반장선거에 나가 당선되었다. 집으로 친구를 데려오고, 학교 밴드부에 들어가서 베이스기타도 배우고 있다.
한번은 “엄마, 내가 세상을 너무 재미없게 산 거 같아, 이젠 재밌게 살 거야”라고 해 웃은 적도 있다.
부모들은 대개 아이가 변하길 바란다. 하지만 아이가 변하려면 부모라는 ‘환경’이 먼저 바뀌어야만 한다. 방학이면 엄마들은 아이들을 영어캠프나 해외연수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와 아이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한다. 마음수련이 그 길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