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낙오자, 열등감 이겨내고 능력자 되다
이동형 / 와일리 출판사(WILEY Publisher) 근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책가방이 고장 나 급히 어머니가 주신 등산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조용한 수업 시간, 갑자기 담임 선생님이 내 가방을 번쩍 들었다. “이게 학생이 들고 다니는 가방 꼬라지야? 이런 놈이 무슨 공부를 하나!” 나는 반 아이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그 이후에도 선생님은 공부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나를 교무실에 불러다 놓곤 ‘너희 둘이 지금은 친구지만 커서도 친구가 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공부를 방해하는 모든 망상과 잡념 버려
그 이후 수업이 재미가 없고 딴생각만 났다. 나는 그냥 ‘공부 못하는 애’일 뿐 아무런 존재도 아니었다. 성적은 더 떨어져 고등학교도 갈 곳이 없을 정도였다. 운 좋게도 정원이 미달된 기술 고등학교에서 들어가 전문대학 전자과로 진학했지만 적성에는 맞지 않았다.
대학을 휴학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고민 끝에 비교적 학비가 싼 싱가포르에서 비즈니스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유학을 떠났다. 친구들보다 한두 시간씩 잠을 줄여가며 책을 보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공부를 등한시했던 터라 열정만으로는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특히 싱가포르의 대학교는 한 과목 시험에서 두 번 이상 떨어지면 추방을 당하는데 한 번만 더 떨어지면 유급당할 위기였다.
‘나이 먹고 비싼 돈들여 공부하는데 또 떨어지면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압박감이 밀려왔다.그러던 유학 생활 2년째, 아는 동생의 소개로 마음수련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무관심으로 상처받았던 어린 시절이 그대로 떠올랐다. 나는 공부도 못하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 나를 무시했던 선생님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 공부를 방해하는 모든 망상과 잡념을 열심히 버렸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라온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임도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해보자, 마음 열리며 수업에 집중하게 돼
다 버리고 나니 본래의 나는 거리낄 게 없고 무한한 능력을 가진 우주 자체였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돈이 많든 적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냥 하나의 존재였고 그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공부를 도와주신 부모님과 선생님들,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감사했다.
그 후 나의 학교생활은 달라졌다. ‘무엇이든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열고 수업에 임했다. 교수님의 이야기에 집중이 되면서 공부에 재미도 붙었다. 얼마 후 시험이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뭘 할지 몰라 패닉 상태였을 텐데 긴장이 되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에게 조언도 구하고 모르는 것은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시험 당일에도 꼭 붙어야 된다는 생각보다 수업 내용을 차분히 떠올려 아는 것의 최대치를 쏟았다. 그 이후에는 시험에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무난히 졸업할 수 있었다.
졸업하던 2009년은 미국의 금융 위기로 세계경제가 어려웠던 시기였다. 직장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걱정보다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고 곧 채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