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애니 남편이 달라졌어요
송현정 / 주부
“또 술이야?” “설거지 좀 해” “낚시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냐?” “애한테 책 좀 읽어주지” 어쩌면 하는 짓마다 못마땅한지, 나는 남편에게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버럭 화를 내거나 곱지 않은 눈초리로 쳐다봤다. 잘못한 걸 알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는 남편, 그럴수록 잔소리는 늘어났고 남편의 귀가 시간은 더 늦어지고 다투는 일도 많아졌다.
내가 편하고 싶고 남편을 내 뜻대로 하고 싶어 했던 잔소리들
그 무렵 마음수련을 하게 되었고 나는 남편에 대해 미운 감정이 일어났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버려나갔다. 그런 어느 날 불현듯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남편은 자기밖에 모르고, 나는 우리 가정을 위해 잔소리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편하고 싶었고 남편을 내 뜻대로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자라온 환경과도 관련이 있었다.
오빠만 셋 있는 집의 외동딸로, 집안일을 거의 도맡아하며 자라면서, ‘왜 나만 일해야 해’ 하며 불만이 컸고, 도와주지 않는 오빠들이 미웠다.
그러다 보니 내 이상형은 ‘나만을 위해주는 자상한 남자’였는데, 남편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것은 남편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상을 그린 것도, 그 그림과 맞지 않는다고 실망하고 한탄한 것도, 그 원망을 잔소리로 쏟아부은 것도 모두 나였기 때문이다. 그제야 남편에게 미안했다.
남편 입장 이해되면서 낚시 갈 때 응원해주는 아내로 바뀌어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남편,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내가 해준 건 잔소리뿐이었으니…. 술을 마시고, 휴일마다 낚시를 가는 남편의 심정이 헤아려졌다. 자연스럽게 남편을 향한 말투도 점차 부탁하거나 물어보는 식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남편을 위해 안주상을 차려주기도 하고, 낚시를 갈 때면 도시락을 싸주며 “월척 낚어~ 파이팅~!!” 하고 외친다.
남편도 점점 바뀌어갔다. 낚시를 갈 때 말없이 휙 나갔던 남편은 이젠 “낚시 갔다 와도 돼?” 하고 나간다. 매일 마시던 술도 줄었고, 설거지도 도와주고, 모임이 있을 때도 함께 가려고 한다. 그런 남편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