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가로막았던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김명원 / 어린이집 교사
마음수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3 시절이 끝나가던 무렵이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선생님께서 ‘마음수련이라는 곳이 있는데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한번 해봐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내가 다니던 요가랑 별로 다를 바 없다 생각하고 그냥 들어 넘겼다. 그러나 나는 반드시 마음수련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너는 가짜다, 진짜 너를 찾아라’에 공감
힘들었던 고3 생활이 끝나고, 가족을 떠나서 서울로 올라오자, 자유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젠 내 마음대로 살아보리라고 생각했다. 학기 중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내 자신에게 열중했다. 방학 때도 여러 캠프들에 쉴 틈 없이 참가하고 수많은 책을 읽으며 멋지게 살아보리라 꿈을 키웠다.
대학 입학 후 사귄 남자 친구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일년쯤 지나자 남은 것은 공허함뿐이었다. 항상 충돌하고 나를 억압시킨다고 여겼던 부모님과는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학업적 성취를 이뤄나가고 있는데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계속되는 상처에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저곳을 혼자서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신경정신과도 가보고 여러 단체들에도 기웃거려 보았다. 지인들에게 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휴학을 했고 하숙방에서 한 달여 동안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힘겨운 날들을 보냈다. 그즈음 마음수련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었고 곧바로 찾아갔다. ‘네가 겪었던 모든 것, 그리고 지금 너의 모습은 가짜고 진짜 너는 따로 있다. 마음수련은 그 진짜를 찾는 방법이다.’ 이 한마디에 나는 주저 없이 수련을 시작했다.
나를 깊이 돌아보고 나니 왜 버려야 하는지도 알게 돼
어느 순간, 나는 내가 한 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잘못된 사람은 바로 나이고 나를 괴롭힌 것은 나의 주변 상황이나 나의 가족이 아니라 내 자신이었다는 것을 실제 마음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우울함이라는 것도 내가 가진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임을 알게 되었고, 대인기피증도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나야 하는 마음이 있어서 무시당하기 싫어서 생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게 되니 버릴 수 있었다.
마음을 버리면서 참된 삶을 살지 못하고 끝없이 비교하고 남을 의식해왔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올 때도 있었다. 20년 넘게 그렇게 살아온 마음과 몸에 배어버린 것들을 버리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치열하게 버려갔고 조금씩 변화해갔다. 지금도 때로 사람들과 충돌하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버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진짜마음과 가짜마음을 구분할 줄 알게 된 나는 내 틀을 벗어나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수련 후 가장 크게 달라진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