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행복이 뭔지
지금이라도 깨달은 게 어디냐 싶은기라
박준옥, 배동순 할머니
박준옥(88), 배동순(72) 할머니에겐 공통점이 많다. 실제 연세에 비해 깜짝 놀랄 정도로 젊어 보이신다는 점, 주변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고 솔선수범하시는 모습에 인생의 멘토로 삼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무엇보다 평생 진리를 갈구하며 사셨다는 두 분은 마음을 비우고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한다. 어려운 시절의 회한도, 나이 듦의 두려움도 버렸다는 두 할머니의 행복 대담.
한스러울 것도 섭섭할 것도 없어, 내 마음에 가짐 없으면 그게 행복
박준옥 아이고, 세월이 빠르지. 언제 이만치 먹었나 몰라. 늙는 줄도 모르고 살다 보니 이만치 왔네. 하하.
배동순 저도 그래요. 내가 오십일 때 누가 칠십에 돌아가셨다 하면, 적당하게 돌아가셨네, 했는데 벌써 이제 내가 칠십이네요.(웃음)
박준옥 그래도 자네는 나이가 작으니까 얼마나 좋아.
배동순 형님도 안 늙으셨어요. 항상 단정하고 곱고, 그 연세에도 뭐든지 일을 하시고.
박준옥 항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지. 다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넌 아파라 난 댕긴다 하며 댕겨. 수련하러 가서 밥도 같이 해먹고, 재미가 그렇게 있는 거라.
배동순 그러니 존경스럽지요. 제 나이 또래 만나면 전부 아픈 얘기, 자식 걱정 그런 것뿐이잖아요.
박준옥 나도 예전에는 자식들이 못해주면 섭섭하고 그랬지. 그런데 마음수련을 해보니 뭐가 섭섭노 싶어. 개개인 마음이 다 달라서, 자기 갈 길을 각자 가는 것인데 자식한테 바라는 그 마음만 놔버리면 섭섭할 일이 없더라고. 그러니 희한하게 자식들도 더 잘하대.
배동순 그래요, 형님. 그 마음 안 버렸으면 저도 똑같았을 거라. 저는 예전에 수행을 참 열심히 했어요. 업장을 소멸해야지 애들이라도 잘되겠구나, 이런 바람 있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딸이 설거지를 하는데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때 내가 또 그릇 깼냐고 버럭 하는 거라. 달려가 다쳤냐고 하지는 못하고. 그러고 보니, 내가 몇십 년 닦은 결과가 이거면 큰일났다, 내가 앞으로 얼마를 살겠다고, 이거를 꼭 없애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는 게 힘들다 보니 저절로 진리 찾게 돼
박준옥 그렇지. 나도 참 진리를 많이 찾아다녔어. 나는 칠십 평생을 참 힘들게 살았거든. 다른 것보다 특히 영감을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었지. 이 양반이 돈을 벌 생각을 안 했어. 겉으로는 옛날 사람이니 ‘예’ 소리밖에 못 해도 속으로 미워해. 이러니 내가 다음 생에는 더 못하게 태어날 것 같아. 어떻게든 풀어야 되지 안 되겠다 싶은 거라. 그러다가 마음수련을 만나게 됐지. 영감님한테 한 맺힌 거 빼내니 얼매나 좋은지.
배동순 제가 형님보다 마음수련을 한 달 먼저 시작했잖아요. 마음수련 얘기 듣고 저도 딱 이거다 싶었던 거예요. 무의식을 다 버리고 통마저 깨버리는 공부라는데, 이야~ 이게 끝이 나는 공부구나, 싶더라고요.
박준옥 나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본 적이 없고 너무나 무식하거든. 그래서 수련원에 가서 “지가 등신 같아서 이 공부 하겠습니까?” 하고 물었어. 그랬더니 자기 안에 답이 있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 그 말씀이 마음에 와 닿대. 나는 무식하니 시키는 대로 하루에 13시간, 14시간씩 없애기만 했거든. 속에 있는 거를 버리라 하는데, 영감님께 한이 맺힌 게 많이 뭉쳐 있었던 기라. 나도 그 정도로 속에 쌓여 있는 줄은 몰랐어. 만날 참는 거만 잘했으니까. 그런데 그걸 자꾸자꾸 퍼내니까 얼매나 좋았는지 말도 못해.
배동순 저도 내 잠재의식에 있는 한, 조건만 오면 마음이 똑같이 일어난다는 걸 알았으니 안 퍼내고는 안 되겠더라구요. 수련하고 열이틀 만엔가 지금의 내 자체가 싹 다 없어져버리니까 원래의 내 존재가 무엇이었는지를 알겠대요.
박준옥 그래, 답은 내 안에 있잖아. 그러니 나 같은 등신도 할 수 있는 거라. 한번은 내 의식이 확 커지더만 우주가 확 들어왔는기라. 그게 뭔지 모르는데 그렇게 좋더라고. 과정마다 깨침이 오는데, 참말로 신기하대.
열등감 많았던 인생, 마음의 근본 자리 깨치고 나니 비로소 감사함 생겨
배동순 저는 특히 열등감이 참 많았더라고요. 못 배운 데 대한 열등감, 내 자신에 대한 열등감. 그게 많다 보니 인정도 받고 싶고, 내 자랑도 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겐 냉정하게 대하고. 내 열등감이 내 육십 평생을 망쳐놨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박준옥 그래, 다 내 탓인 거라. 영감을 미워했던 것도, 그 양반은 그냥 살았는데, 나만 자식이다 뭐다 마음에 얹어놓고 그렇게 애를 쓰고 있었더라고. 다 내 탓인 걸 알고 나니, 내 옆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미안하고. 그러니 영감 대하는 것도 어째 그리 편해지던지.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이 공부를 하라고 해. 인제 늙은 기 뭐하러 하나, 하면 늙었으니까 해야 된다고 해. 안 그러면 평생 쌓은 마음에 끌려다니면서 끝없이 고통받을 거 아니야. 버리면 되는데.
배동순 저도 수련을 안 했으면 아직도 열등감이 시키는 대로 살고 있었을 거예요. 그 생각만 하면…. 아휴~!(웃음) 자다가 깨도 감사한 마음뿐이야.
박준옥 우리 친구들은 많이 죽었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간 것 생각하면 안타깝지.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 죽고 삶은 하늘한테 달렸으니 걱정하지 마라. 나는 걷다가도 이렇게 없어지면 얼마나 행복할꼬 그래. 자식들이 잘할수록 이럴 때 살며시 갔으면 싶어. 눈만 감으면 얼마나 좋은 자리가 있는데, 사람들이 여기 삶이 다인 줄 아는 게 서글프지.
배동순 저는 어느 날 마음공부를 하는데 마음의 근원자리와 하나가 딱 되니까, 끝없는 우주도, 먼지 터럭보다 더 작은 것도 내 마음으로는 다 볼 수가 있더라고요. 하나니까. 그야말로 여기가 해탈의 자리고, 이 자리가 내가 온 곳이고, 죽으면 갈 자리구나 싶더라고요.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를 아니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삶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지더라고요.
노년은 누구에나 오지만, 노년을 어떻게 보내는가는 마음에 달린 것
박준옥 노년은 누구나 다 오는 거지만, 노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자기 마음에 달린 거라. 나는 팔십 먹고 뭐 가진 것도 없지만 지금이 너무 좋아. 늙어서 좋다 하니 우리 친구가 그런 말 하는 사람은 생전에 처음 봤다고 해. 근데 늙으니 걱정할 거 하나도 없잖아. 어느 놈이 돈 달라고 하나, 죽을까 봐 겁나나, 병들까 봐 겁나나. 지금 밥 실컷 먹제, 이렇게 잘 다니제, 뭐 걱정할 게 있나, 하늘이 다 알아서 해주시는데. 애들한테도 그래. 먹고살 만큼만 되면 돈은 세상을 위해서 쓰라고.
배동순 예, 그래요. 지금 젊은 사람들은 정말 좋은 나이니까 마음공부도 열심히 하고 일도 많이 해서 복도 많이 쌓으면 좋겠어요.
박준옥 우리도 이제라도 이 마음공부를 만났으니 감사합니다~! 뿐이지. 이제는 걱정도 없제, 근심도 없제, 항상 그렇게 행복하니까. 아무리 잘살고 부자라고 해서 행복한 게 아니잖아. 내 마음에 가짐이 없고 근본 자리와 하나가 돼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 거지.
배동순 맞아요. 자다 깨도 감사합니다~뿐이에요. 진짜 그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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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순님은 1943년 경북 군위면에서 1남 2녀 중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스물일곱 살에 결혼하여 1남 2녀의 자제를 두었습니다. 43세 때 부군과 사별하고 대구에서 살고 있으며, 2000년 1월 마음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박준옥님은 1927년 경북 의성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열여섯 살에 결혼하여 2남 2녀를 두었습니다. 젊은 시절 수예품을 만들어 팔아 자녀들을 키웠고, 74세 때 부군과 사별했습니다. 2000년 2월 마음수련을 시작했습니다.